이전에 ‘스피커의 세계지도’라는 표현으로 세계의 많은 스피커에 관해 썼던 기억이 있다. 미국, 영국, 유럽(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북유럽 등)은 물론 일본의 제품을 포함해 이들을 본류하고 소리의 경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점이나 소리와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경향의 차이 등에 관한 기사였다.

혼형, 다이렉트 라디에이터형(톤형, 돔형), 사용된 진동판 소재의 차이, 변환 방식이나 구조상의 차이, 평면파형과 구면파형 등의 방사파살 그리고 상품으로서 기술의 흐름과 마케팅의 차이 등을 감안한 고찰이었다. 더불어 각 나라의 스피커 소리에는 각각 그 배경에 국민성의 차이나 고유문화가 있고 만든 사람의 감성과 그것을 키운 음악적 배경이나 인문 지리적인 환경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부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언제였을까? 당시 굉장히 많았던 오디오 전문지 중 어디에 기고했었는지도 잊어버렸다. 컴퓨터도 사용되기 이전인데다 게으른 필자는 기록 정리를 하지 않아 지금 그것을 정확하게 기억해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반세기 이상 더 된 시절의 일이기 때문에 그 뒤 산업 체질의 변화로 개발국과 생산국이 전 세계로 분산된 현재로서는 그런 분류도 상당히 진부해졌으며 상황도 상당히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하는 영국 ATC의 스피커 시스템을 들어보면 그 아이덴티티가 명확해 당시에 느꼈던 경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틀림없이 현대 영국 스피커 중‘본류의 소리’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20여년 전에 처음 들었을 때부터 명석하고 중심이 강하며 군살이 없는 일관된 소리다. 그리고 기존 영국의 소리에 추가된 다부진 강인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