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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과 박력을 동시에 갖춘 ATC의 마법
클래식으로 말하면, 현의 감촉이 상당히 나긋나긋해졌고,
스케일이 한층 커 졌으며, 기민하게 반응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하이팅크가 지휘한 말러나 브루크너의 작품을 들어 보면
녹음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가 낱낱이 드러날 정도로
민감하게 소프트의 퀄러티에 반응한 다.
.jpg) 최근 ATC의 행보가 빨 라졌다. 새로운 모델도 많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앰프까지 생산할 뿐 아니라, 드디어 트위터도 완성했다. 게다가 세계 유수의 뮤직홀이 나 클럽, 스튜디오 등에 납품되어,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쁘다. 과거에는 누구나 술술 외울 정도로 단출 한 라인업을 가졌지만, 지금은 좀 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제품군이 다양하다. 여기서 잠깐 이 부분을 확인해보자.
현재 ATC의 라인업은 총 7개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기존의 SCM 시리즈를 바탕 으로 업그레이드하 거나 후속기를 생산하는 형태여서 기본 콘셉트는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필자가 헷갈릴 정도 로 계통이 복잡하니 약간 이 부분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일단 플래그십 라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30주년 기념 작들이다. 인클로저 자체가 초호화 사양이고, 엄청난 파워 핸들링을 갖고 있으며, 디테일하고 뉘앙스가 풍부한 음까지 내는, 말하자 면 클래식 소편성이나 여성 보컬까지 두루두루 커버하는 괴물이다.
그 밑으로 타 워 시리즈가 있는데, 기존의 제품들이 대부분 스탠드를 필요로 한 데 반해, 타워 시리즈는 인클로저 자체를 플로 어 스탠딩 형태로 만 들어 어디에서나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정통적인 스튜디오 모니터 시리즈 가 있고, 그 밖에 엔트 리 시리즈, 프로페셔널 시리즈 등이 뒤를 잇는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기본 적으로는 스튜디오 모니터 시리즈를 베이스로 하되, 이를 타워로 만들거나 호화 사양으로 만들거나 한 업그레이 드 버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성능이나 음질의 향상은 눈부실 정도이지만, 가격적인 부 담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또 유닛 자체는 동일하 므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ATC의 성능을 만끽하고 싶다면 굳이 30주년 기념작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타워 시리즈가 가진 메리트는 상당하다고 하겠다. 무엇 보다 양질의 스탠드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SCM20SL PT는 타워 시리즈 의 막내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격으로 ATC 사운드의 본령을 만끽할 수 있 다는 점에서, 이 스피커가 가 진 메리트는 상당하다고 하겠다. 잘 알겠지만, ATC는 유닛부터 인클로저까지 스피 커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 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지만, 오랫동안 갈고 다듬은 장인의 손길을 가진 분 들이 처음부터 보이스 코일을 감고, 멤브레인과 스파이더를 설치하고, 자석을 붙 이는 유닛 제작부터 인클로저, 크로스오버 등 공정 대부분이 인하우스 팩토리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 돔 을 특징으로 하는 동사의 미드레인지가 갖는 중독성은 상당하다.
최 초로 이 유닛이 개발된 것은 1976년으로, 3인치짜리였음에도 불구하고, 300Hz~3kHz를 커버하는 능력을 선보였 다. 대부분 의 음악 신호를 아우를 수 있는 괴물이다. 아쉽게도 본기에는 그런 미드레인지가 장착되지 않았지 만, 역시 소프트 돔 형태의 미드 베이스 유닛이라 이에 필적하는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6.5인치, 이른바 육반이라는 사이즈의 이 미드 베이스 유닛은 60Hz~2.8kHz를 담당한다. 이 정도면 풀레인지라 불러도 좋을 만한 사양이다. 그 위에 얹혀지는 1인치짜리 트위터는 20kHz까지 뻗는다.
ATC의 유닛은 쇼트 보이스 코일 을 특징으로 한다. 보이스 코일의 길이가 짧으면 그만큼 손실이나 딜레이 없이 음성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러나 많은 유닛 메이커들이 이런 제작 방식에 실패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붙는 자석 때문이다. 자석 의 성능이 좋지 않으면, 보이스 코일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ATC의 진짜 실력 은 바로 이런 자석에 대한 깊은 노하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ASA와 같은 기관에 자문을 하는 일도 실 은 이런 자석 때문이다. 캘리번 턴테이블의 자기 부양 방식 역시 ATC의 기술에 의존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이 해가 가는 대목이다.
ATC가 보기에 대부분 의 유닛에 채용된 자석에는 문제가 많다. 광대 역에 리니어하게 대응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ATC는 단순한 쇠를 이용해서 자 석을 만들지 않고, 일종의 복합 소재를 사용해 독자적인 방식의 자석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전 대 역에서 평탄하게 반 응하는 유닛용 자석을 고안한 바, 이를 SLMM(Super Linear Magnetic Material)이라고 부 른다. 이를 쇼트 보이스 코일과 조합해서 소프트 돔이라는 형태로 완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공장에서 이 유닛들을 들어보 면 무게가 상당하다. 그냥 소프트 돔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또 쇼트 보이스 코일이라는 말 에 관련해서, 무게도 소프트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안 그렇다. 아무튼 SLMM으로 무장한 ATC의 유 닛은 계속 진화를 거듭 해서 최근에 이르면 단순한 기술적 스펙 이외에 음의 온 기나 감촉 등도 상당히 좋아져서 로 레벨로 여성 보컬이나 현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스튜디오 모니터 이미지에서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셈이다. 하긴 이를 바탕으로 EL150처럼 우아한 음을 내는 모델도 나왔 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자, 문제는 바로 이번 스피커인데, 일단 외형은 예전 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다. 특유의 사각형 인클로저에 두 개의 유닛이 상단에 달랑 박혀 있는 포름이다. 어찌 보면 투박하 고,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톨보이 형태의 스피커가 가진 매력도 나름대로 있다. 이번 시청을 위 해 통상의 인티앰프도 걸어봤으나, 이왕이면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기 위해 그리폰의 디아블로 인티앰프와 미카 도 시그너처 CD 플레이 어를 준비해봤다.
우선 클래식으로 말하면, 현의 감촉이 상당히 나긋나긋해졌 고, 스케일이 한층 커졌 으며, 기민하게 반응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하이팅크가 지휘한 말러나 브루크너의 작 품을 들어보면 녹음 당 시의 기술적 완성도가 낱낱이 드러날 정도로 민감하게 소프트의 퀄 러티에 반응 한다. LP를 듣는 듯한 포근함이 60년대 녹음에 있다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하게 디 테일을 묘사하는 80년대 디지털 녹음도 흥미롭다.
이어서 여성 보컬. 야신타의 ‘Desafinado’를 들어 보니, 공간에 넘실거리는 리듬감에 얹혀서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 들이 촘촘히 엮여서 만 들어내는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목소리의 감촉이 좋아, 특유의 관능미가 듬뿍 살아난다. 기존의 ATC 이미지라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나긋나긋한 표현이다.
더 후의 록 오페라 앨범 에서 여러 곡을 들어본다.
첫 곡은 방대한 음장과 다양한 관악기가 더해진 복잡한 오케스트 레이션을 특징으로 하는 데, 박력 만점의 재생에 넉 아웃될 지경이다. 미친 듯이 두드려대는 드럼과 바닥을 치는 더블 베이스를 태연히 재 생하고, 보컬의 거침이나 일렉트릭 기타의 디스토션도 명쾌히 드러내지만 결코 부담스 럽지 않다. 야성이 넘치면 서도 결코 지치지 않게 한다. 참 묘한 일이다.
이 앨범에서 ‘Pinball Wizard’라는 곡을 들어보면 어쿠 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절묘하게 조합되고, 드럼~베이스의 과격한 사운 드가 피를 끓게 하면서 마치 2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깊이가 있다고 할까, 아무튼 이 슈퍼 밴드의 진면목을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마지막으로 듀크 조단 의 ‘No Problems’를 듣는 다. 익히 들은 곡이지만, 초반부에 손바닥으로 드럼을 두드리다가 더블 베이스가 가세 하고, 쨍 하며 터지는 피아 노 터치에 이르면 가볍게 탄성이 나온다. 피아노 트리오 편성이지만, 세 멤버의 꽉 짜 인 앙상블이 기분 좋은 리듬 에 실려 덩실덩실 공간을 채운다.
그 흥 겨움과 와이드 레인지한 재생에 넋을 빼앗기고 계속 볼륨을 올 려도 아무런 왜곡 없이 쭉쭉 음이 뻗어나간다. 그 쾌감은 과연 오랜 기간 갈고 닦은 ATC가 들려주는 마법이라 하 겠다. 다시금 이 제품을 바라보니 결코 2웨이라 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저역에 또 놀란다. 마치 어느 한 구석에 서 브우퍼를 숨긴 것 같다.
·구성 : 2웨 이 2스피커
·인클로저 : 밀폐형
·크로스오버 주파수 : 2.8kHz
·출력음압레벨 : 83dB/W/ m
·크 기(WHD) : 99×23.9×36.5cm
·무게 : 3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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