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 오디오, 가격 대비 성능의 원조

네임 오디오는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전문 오디오 브랜드인만큼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노하우와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네임의 사운드 철학과 그들만의 디자인 컨셉에 매력을 느끼는 오디오파일도 적지 않다. 필자도 80년대 말 네임의 NAC42 프리앰프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의 네임의 움직임은 다시 한번 과거의 NAP250로 이름을 떨치던 전성기 시절의 부활을 예견하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 그런 것이 국내 시장에서의 인지도 상승과 신제품의 발표 등을 보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지금 네임의 새로운 제품들은 그들의 목표에 근접한 하나의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있다. 마케팅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유럽의 제품들이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특히 영국의 제품들이 대륙과 달리 심플하면서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통성을 강조한 네임의 사운드 철학이 다시 한번 더 인정받는 데 의미를 두고 있을 것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그 중에서도 엔트리급 모델로 보급형 사양인 네임 오디오의 5i 시리즈를 살펴보도록 하자. 5 시리즈와 5i 시리즈는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같다. 하지만 5i는 좀더 많은 사용자의 확보를 위한 기종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한 또 하나의 시리즈로 탄생되었다. 어쩌면 후자의 장점이 있기에 세트형으로 네임을 갈망하는 오디오파일에게는 더욱 기대되는 사양이기도 하다.

Nait 5i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전형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네임 고유의 DIN 단자를 채용하고 있다. 특이하게 CD와 튜너단에 적용되어 있는데, 이 시리즈가 CD 플레이어와 튜너의 세트형임을 강조하고 있다.

리모트 컨트롤은 제품마다 채용되어 있는데, 소스기와 앰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별도의 다른 소스기기와의 연결을 할 수 있도록 RCA 단자도 함께 채용되어 있다. 이는 5 시리즈와 다른 점이기도 한데, 5i만을 위한 배려로 생각된다.

기존의 네임 제품이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의 연결이 옵션으로 가능한 것과 달리 Nait 5i는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입력은 테이프 입출력을 포함하여 4계통으로 AV단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다.

출력은 채널당 50W(8Ω)로 순간 피크 타임 출력을 1Ω에서 500W까지 공급할 수 있는 강력한 출력단과 전원부를 가지고 있다. 케이스는 아연과 알루미늄 합금의 재질로서 다이 캐스팅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보이는 것과 달리 단단한 구성으로 외부의 충격과 공진을 방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불만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유럽 브랜드, 특히 영국제들은 변화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디자인적인 면도 그렇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사운드의 틀은 고스란히 명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네임의 경우도 그런 그들의 정통성을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과거 쿼드의 경우도 606까지 거쳐 오면서 그랬지만 전원 스위치의 스파크 현상이 여기에도 나타난다. 네임도 예전부터 이 점이 불만이었지만 그들도 충분히 이런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인데, 한편으론 기본적인 것들을 중요시하면서 나타나는 다른 이런 불만들도 정통성에 묻혀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5i CD 플레이어 역시 CD 5x와 동일한 디자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CD3부터 줄곧 적용시키고 있는 전면 트레이는 수동으로 앞쪽으로 회전시키면서 열리는 타입인데 이 독특한 타입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스러운 느낌을 제공하며 쉽게 싫증이 나지 않는다. 고정식이 아니기에 쉽게 열리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다시 한번 더 되새겨 볼 만하다. Nait 5 인티앰프와 동일하게 단순해 보이는 섀시부는 알루미늄과 아연을 합금하여 다이캐스팅으로 주조하여 만듦새가 견고하다.

최근에 200만원대의 일체형 CD 플레이어가 많지 않는 시점에서 단품으로서 5i는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외형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중후하고 단아해 보이듯이 CD 플레이어의 재생음 역시 이런 느낌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그리고 포노 RCA 단자가 뒷면에 있어 별도의 DIN-RCA 변환 케이블 없이 다른 앰프와의 연결도 지원되고 있다. 단, DIN 케이블은 무엇보다 어스의 설치로 잡음에 대해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음반을 들어보자. 첫 곡으로 선택한 것은 지난 아이어 쇼에서 네임 샘플로 배포되었던 테스트 CD 트랙 중 ‘Mirror Mirror’였다. 여성 보컬은 탄탄한 중역대가 바탕이 되어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며, 브리티시 사운드의 전형적인 중역대 밸런스를 중심으로 음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앰프 출력의 탓이겠지만 저역에 좀더 힘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큰 불만 사항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음색이며 차분하면서 화려하지 않는 고역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다음 곡으로 생상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중 1악장 알레그로를 정경화의 바이올린과 샤를르 뒤트와가 지휘하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도입부의 응집력이 상당히 잘 드러나고 있는데, 곡 전반에 흐르는 콘트라베이스 음의 조금은 과장된 통울림을 들려주는 부분과 후반 종주부에서의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구분이 아쉽다. 이 곡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유난히 네임을 통한 정경화의 바이올린이 여성적인 매력을 짙게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바이올린의 질감이 만족스럽게 표현되고 있는데, 이런 여성적이고 질감 있는 현의 느낌을 반영하듯 전체적인 곡 분위기는 느긋한 연주로 여유 있는 곡의 진행을 유도하고 있으며, 공간감도 적절히 제공되고 있다.

이번에는 이스트반 케르테츠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연주로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중 1악장을 들어보았다. 제1바이올린의 역할이 강조되고, 반대편에 위치한 첼로와 금관악기의 어울림이 상대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며 곡을 이끈다. 결코 강하지 않은 잉글리시 호른은 조금 적극적이면서도 풍성하게 울려 퍼지는데, 이에 비해 목관악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이다. 후반부에선 신대륙의 서막을 앞둔 서곡으로서의 느낌을 이끌어내는 것과 달리 아직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느껴지는 듯 소극적인 마무리가 이어진다. 곡에 대한 느낌의 변화가 타사의 솔리드 타입과는 다른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Nait 5i는 볼륨의 높낮이에 따라 음의 재현력이 크게 달라진다. 에이징이 됨에 따라서 이 부분은 어떻게 변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새롭게 네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려온 오디오파일들에게 더 없이 큰 기쁨일 것이며, 조금은 어두운 향기를 간직한 중역이 매력적인 사운드로 인해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매칭되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어 더욱 좋다.

* Nait 5i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실효출력：50W(8Ω)

접속단자：아날로그 입력단자 4계통

입력감도：225mV, 20㏀

출력레벨：225mV, 100Ω

크기(WHD)：43.2x7x30.1cm

* CD5i CD 플레이어

접속단자：DIN 1계통, RCA 포노 1계통

주파수 응답：10Hz-20kHz(+0.1dB, -0.5dB)

출력 레벨：2.0 Vrms(1kHz)

출력 임피던스：10Ω(최대)

크기(WHD)：43.2x7x30.1cm

By 장현태

월간 오디오&홈시어터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