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금 이상한(물론 이 분야에선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bikbloger는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로 들리는 음악 - 그 음악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정도의 아우라를 갖는다 해도 - 은 제 아무리 곡 자체가 좋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 조차 좋게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까탈스럽지만, 영화는 비디오 2카피 화질도 무난히 볼 수 있으며, 블루레이+24프레임 재생 같은 것은 만화영화(애니메이션 말고)느낌이 들어 좋아하지 않으니, 까탈게임에서 기천만원을 집어 넣어도 깨기 힘든 끝판왕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bikbloger를 쉽게 ‘넋’다운 시킨 스피커가 있으니, 바로 달리 멘토 미뉴엣(DALI Mentor Menuet)이다.
첫인상의 중요성.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모습을 수십번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다행히 달리 멘토 미뉴엣의 첫인상은 상당히 좋은편. 박스를 열었을 때 별도의 부직포(?)로 스피커를 곱게 싸 두었다. 제조사들의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로 이루어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포장은 배려며 첫인상을 좋게 해주는 장치다.
달리 멘토 미뉴엣의 높이는 25cm, 폭13cm, 깊이 23cm에 무게는 4.1kg이다. 우퍼는 4인치, 트위터 28mm의 스펙.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음향기기는 스펙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측면들 뿐이지만, 이것이 강제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멘토 미뉴엣은 달리의 하이엔드 라인업 중 막내 동생쯤 되지 않을까란 생각. 이 생각을 구체화 시키는 것은, 4인치 구경의 우퍼는 나무와 파이버 재질이지만,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는 예의 리본 트위터가 아닌 소프트 돔 트위터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재질과 재생 방식에 의해 차이가 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거 JVC의 몇몇 모델에도 탑재된 우드 파이버 콘 스피커가 있었고 가격에 비해 이들이 들려주는 소리가 꽤나 좋았음이 떠올랐다.
사실 이 제품은 PC-FI로 사용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제품이다. 크기도 책상 위에 올려 두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운데다, 패시브 방식이며 신호 입력단이 없기에 별도의 앰프도 필요하니까.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물량 투입을 감수하고서라도 PC에서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제품에는 이런 설정이 가득하다.
후면에는 저음을 더 좋게 들려주기 위한 베이스 리플렉트홀과 함께 소리의 신호를 받는 바인딩 포스트가 붙어있다. 물론 이 바인딩 포스트는 24K 골드 플레이트. 그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 줄 거란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준다. 그리고 검은색 고무 마개는 홈시어터와의 조합시 월마운팅을 위한 고정 나사선 마개다. 자. 이제 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물론 그 전에 준비할 것들이 있다.
현재 bikbloger의 PC-FI(라기에는 좀 부끄러운)의 구성은 ONKYO의 PCI-E90에서 오디오엔진의 A2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 그렇기에 사무실에는 멘토 미뉴엣을 구동시킬 수 있는 앰프는 없다. 결국 KJW/S borther’s special custom model(쉽게 말하면 동생과 함께 만든 자작모델, 성능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외관은 너무 허접해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 바란다)을 긴급 공수했다. 그래서 변경된 시스템은 ONKYO의 PCI-E90의 RCA에서 나온 신호가 앰프로 들어가고, 여기서 달리 멘토 미뉴엣으로 소리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 물론 DAC를 쓰면 더 좋겠지만, PC-FI 구성에서의 극히 일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소스조차 192kbps 전송률의 MP3 파일을 사용했다.
처음 들어본 음악은 bikbloger의 애청곡이자 테스트용 음원인 Michael Jackson의 ‘Black or White’. 도입부에 등장하는 두 부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부하직원 왈, ‘에이... 이거 소리 별로인데요?’. 아는분은 아시겠지만, 이 대목은 두 부자(?)가 대화하는 소리를 멀리 들려주고자 의도적으로 특정 대역의 소리를 깎아버린 효과음이다. 보통의 PC스피커로 들었을 때는 그 의도가 쉽게 파악되었겠지만, 들려주는 재생음이 출중하니 효과음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것이 재생음이란 착각을 한거다. 사실 여기서 승부는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우드파이버가 만드는 미드레인지는 탄성과 함께 단단한 소리를 들려주며 소리의 개방감이 상당히 좋은편. 기대만큼이나 풍부한 느낌의 소리를 들려준다. 미드레인지의 테스트를 위해 익숙한 보컬을 들어 보았다. 달리 멘토 미뉴엣에서 들리는 Whitney Houston의 목소리는 낮은 음에서 한층 더 부드럽고 기름지게, 고음에서는 힘차게 느껴진다. Michael Jackson의 Black or White에서 스티브 루카서의 기타는 스트로크에 한층 힘이 붙고 활기가 두드러진다. 마치 부드러워야 할 때와 강해야 할 때를 잘알고 재생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Keith Jarrett의 Kӧln Concert에서의 피아노, 특히 고음의 영롱함은 굳이 리본트위터라는 막대한 물량이 투입되지 않은 소프트돔 트위터로도 충분했다. 좋은 스피커가 가져야 하는 제 1번의 조건인 각 대역의 밸런스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공간감을 느껴보기 위한 곡은 Alan Parsons Project의 ‘Eye in the Sky’로 재생 기기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들리는 곡. 달리 멘토 미뉴엣은 이 곡에서 크기와 물량에 어울리지 않는 꽤나 높고 넓은 음장을 형성했고, 정위 역시 명확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물론 달리 멘토 미뉴엣보다 훨씬 좋은 스피커를 쓰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책상 위에 놓인 오디오엔진 A2 보다는 분명 몇 수 앞선 소리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작은 북셸프 형태의 장점을 살려 빠른 응답속도로 비트있는 곡도 무리없이 소화해 낸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지만, 가장 실력을 잘 발휘하는 것은 역시 보컬이 들어간 곡이고, 그렇기에 달리 멘토 미뉴엣은 대부분 사람의 모니터 옆자리를 차지할만 하다.
자. 이제 결론이다. 솔직히 이 정도의 실력자가 좁은 방, 혹은 종이들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는 사무실 책상 위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력자를 잡아놓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스피커는 PC를 이용한 작업이나 웹서핑의 배경에 깔리던 부수적 존재였던 ‘음원’을 온전히 ‘음악’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장치다. 이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려 몇번이나 시도 했지만 이내 하릴 없이 음악만 들었던 순간이 많았음을 이제서야 고백한다. 이는 ‘음원의 실행’이 아닌 ‘음악의 재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멘토 미뉴엣의 명암
장점
- 좋은 첫인상을 전달하는 단단하고 꼼꼼한 포장
- 작게는 PC-FI, 크게는 메인시스템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범용성
- 중음역, 특히 보컬 재생에서는 발군의 실력자
- 잘 갖춰진 밸런스의 소리.
단점
- 오디오엔진 A2 방출계획을 망설이게 하는 가격
- 패시브 방식으로 별도의 앰프가 필수. 그래서 더 높아지는 가격
- PC-FI의 스피커로서는 좀 부족한 융통성(바인딩 포스트만 지원)
|
|
|
|
